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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가 기적 같았다.”

페이스북 그룹을 타고 들어가본 어느 디자인성향?의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이 쓰신글

디자인 전공자이면서 퍼블리셔로 일하고 있는 나에게 \”하나하나가 기적 같았다.\”라는 표현이 너무 와닿아서

그리고 주변의 디자이너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 링크를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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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일. 퇴사를 하고 첫 날. 좀 쉬고 다시 일할 준비를 해야겠지만, 일단은 그동안 은근히 쌓인 바람을 모처럼 생긴 시간에 풀어보기로 했다.

개발이 궁금하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니 한번 경험해보자.
개발자가 되려는 것도 아닌데 개발이 궁금했던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정리하자면 이 두가지였던 것 같다.

4년동안 디자인을 하면서 가지게 된 필요.
내가 그리는 디자인이 어떤식으로 개발되는건지 조금이라도 알아서- 소극적인 측면에서는 좀더 개발하기 좋은 가이드문서를 쓰거나 개발자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고 싶었고, 적극적인 측면에서는 좀더 자신있는 디자인을 하고 개발자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나 자신이 가졌던 필요.
폴더 여러개를 나란히 볼수있는 윈도우라던가, 이해가 안되는 부분에 대해 질문을 달고 독자들끼리 토론도 할수있는 전자책이라던가, 어떤 사건에 대해 꾸준히 관련 기사를 이어주는 시스템이라던가 하는… 평소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진짜 만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첫 목표는 내 사이트 제작으로 잡았다.
본업인 GUI 포트폴리오를 올릴 수 있고 내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형태로 정리할 수도 있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내 사이트를 만들자. 그걸 직접 만들보면서 개발을 경험해보자.

나는 웹디자이너가 아니었고(지금도 아니지만…) 코딩은 테이블 코딩밖에 할 줄 몰랐는데, 그러면서도 하면 할수 있을거라며 시작한 건 사실 무식해서도 있었고 한편 생활코딩이라는 믿는 구석도 있기 때문이었다. 회사 다니면서 짬짬히 보던 코딩강좌 사이트인데, 제대로 공부한다면 사이트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달이면 되려나? 하고 8월 중순 시작한 이 사이트는, 그해 말일에 완성됐다.

사실 완성은 아니다. 구현하고 싶던 기능이 아직 나에겐 너무 어려워서 구현하지 못했으니까. 현재는 굉장히 단순한 사이트다. 코드도 구조도 조악하고. 하지만 나에게는 하나하나가 기적 같았다. 이런 표현이 좀 부끄럽긴 하다. 이걸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초보적인 거라서. 하지만 이렇게 대단하지 않은 것에, 이렇게 많은 과정이 필요했다. 시시하지만 굉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이트를 만든 이야기도 사이트에 올리기로 했다.

단추로 끓인 스프는 어릴때 읽었던 동화인데, 소문난 짠돌이인 스크루지 아저씨네에 조카 데이지가 놀러와서는 단추 하나로 스프를 끓인 이야기다.
데이지가 스프를 끓인다고 하자 짠돌이 스쿠르지는 스프 재료는 못준다고 했는데, 데이지는 자기는 단추 하나로 스프를 만들거라며 물에 단추만 넣었다.
스크루지는 그렇다면 별로 손해볼 것도 없고 얘가 하는 짓도 신기해서, 정말 단추로 스프가 끓여지나 하고 은근 기다렸다.
근데 이 데이지가 아주 앙큼한 계집애였던 것이었다. 일부러 다 들리게 \\\’아 여기 소금만 좀 넣으면 훨씬 맛있어질 텐데…\\\’ 하고 중얼중얼. 그러자 단추 스프에 은근히 기대를 하던 스크루지는 결국 소금을 조금 갖다주고 말았고, 그다음엔 \\\’순무만 좀 넣으면 훨씬 맛있어질 텐데…\\\’ 하기에 결국 순무도 조금 갖다주고 말았다. 그런식으로 뭐 조금 뭐 조금 하다가 결국은 스크루지도 흥이 나는 바람에 온갖 재료를 다 넣어서 엄청 맛있는 스프를 한솥 끓이게 됐고, 마을사람까지 불러서 다같이 먹었다는 이야기다.

사이트를 만든 과정은 돌아보니까 단추로 스프를 끓인 것 같았다.
맹물에다가 뭔가 하나씩 집어넣은.

아래는 그 과정이다.